더운 여름날의 수련은 언제나 쉽지 않다. 두꺼운 도복은 금세 땀으로 흥건해지고,
등 피부와 도복 사이로 땀방울이 몽글몽글 맺힌다.
격렬했던 움직임이 멈추면, 헉헉거리던 거친 숨소리가 비로소 존재감을 드러낸다.
하지만 이내 그 숨소리마저 점점 잦아들고, 도장 안에는 고요함이 찾아온다.
사범님의 숨소리만이 희미하게 들려올 뿐, 적막함이 공간을 감싼다.
몸은 고단하지만, 정신은 맑아지는 수련 막바지의 독특한 평온이다.
그때, 적막을 가르는 사범님의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정좌~~"
"묵~~~상~~"
명상 자세로 앉아 짧은 고요 속으로 빠져든다. 흘러내리는 땀을 느끼며 오늘의 수련을 되짚는다.
쉽지 않았던 동작들, 한계를 넘어선 순간들, 그리고 여전히 부족한 자신. 잠시의 묵상 후,
다시 사범님의 구령이 이어진다.
짝~~ 하고 손바닥 마주치는 소리가 도장 안에 힘차게 울려 퍼지며 명상을 마친다.
다들 약속이나 한 듯 일제히 눈을 뜨고 정면을 바라본다. 그리고 사범님은 마지막 지시를 내린다.
"관장님에 대한 예의!"
우리는 모두 함께, 한목소리로 외친다.
"감사합니다!" 짧지만 힘찬 이 인사 속에 오늘의 가르침에 대한 존경과 배움에 대한 감사가 담겨 있다.
관장님께 대한 예의가 끝나면, 이제 관원들이 서로 마주 보고 인사할 차례다.
모두들 몸을 돌려 서로에게 가볍게 목례를 하며 말한다.
"수고했습니다!" 이 인사는 방금 함께 땀 흘리며 힘든 수련을 마친 전우들에게 건네는 진심 어린
위로이자 격려이다. 서로의 노고를 알기에, 서로의 힘듦을 이해하기에 이 짧은 인사말에
큰 공감과 유대감이 실린다.
문득, 다른 도장에서 수련을 마칠 때 다들 "수고했습니다"라고만 인사하는 모습을 본 적이 떠올랐다.
스승과 제자, 선배와 후배 할 것 없이 모두에게 말이다. 물론 "수고했습니다"라는 인사가 틀린 것은 결코 아니다.
함께 땀 흘린 동료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격려의 말이다.
다른 곳에서는 그런 방식으로 서로에게 힘을 북돋아 주는구나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가르침을 준 분, 즉 스승에게는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고
마땅하다는 생각이 든다.
혹자는 옛날 사람 같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도장에서 우리가 배우는 것은 단순히
몸을 움직이는 기술만이 아니다. 인내심, 예의, 자신을 통제하는 법, 그리고 때로는 삶의 지혜까지,
스승은 우리에게 무형의 가르침을 준다.
그 가르침 덕분에 우리는 성장하고 단련된다. 그렇기에 수련의 마지막에 돌아오는 감사함은 어쩌면 당연한
마음의 표현일지도 모른다.
함께 땀 흘린 동료에게는 "수고했다"는 격려를, 그리고 그 시간과 가르침을 선물한
스승에게는 "감사하다"는 마음을 전하는 것.
도장에서 배우는 예의와 존중은, 비단 도장 안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삶 속에서도
이어져야 할 귀한 가치임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땀방울과 함께 수련이 끝나갈 때마다,
몸의 단련만큼이나 마음의 감사함을 배우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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